내가 없는데도 내 캐릭터가 플레이한다고? '바람이 만나는 곳' 유저들이 발견한 충격적인 사실

내가 없는데도 내 캐릭터가 플레이한다고? '바람이 만나는 곳' 유저들이 발견한 충격적인 사실

AI가 내 캐릭터를 조종하고 있었다?

지난 12월 18일, 한 게임 유저가 레딧에 올린 기묘한 경험담이 게임 커뮤니티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 무협 액션 RPG '바람이 만나는 곳(Where Winds Meet)'을 플레이하는 한 유저가 "게임이 내 AI 버전을 소환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제목으로 올린 게시물이 화제의 중심이다.

이 유저는 협동 플레이를 즐기는 헤비 게이머로, 늑대 소녀를 104번, 괴뢰술사를 66번, 정어를 40번 도와가며 다른 플레이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게임에 접속하지 않았을 때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점이었다.

"왜 안 죽어?" 오프라인인데 날아오는 항의 메시지들

해당 유저는 게임에 접속할 때마다 받은편지함이 이상한 메시지들로 가득 찬다고 호소했다. "왜 안 죽어?", "스턴 록 하지 마" 같은 메시지부터 의미를 알 수 없는 "?" 표시들까지 다양했다.

더 기묘한 건 메시지를 보낸 플레이어들의 증언이었다. 한 플레이어는 "네가 소환되더니 보스 주위를 빙빙 돌기만 했다"고 말했고, 다른 이들은 "그냥 서서 구경만 했다"거나 반대로 "스턴 록으로 페이즈 전환을 망쳤다"는 상반된 불만을 쏟아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이런 메시지가 계속 날아온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협동 플레이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페이즈 2 시작하게 놔둬"나 "스턴 록 하지 마"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알고 보니 게임이 AI 버전을 만들어 대신 플레이하고 있었다

댓글을 통해 의문이 풀렸다. 한 유저가 "플레이어들의 NPC 버전이 존재한다"며 시스템을 설명했다.

게임 내 영웅 무덤 주변에는 '동료 지원'(코인으로 고용하는 NPC)과 함께 '지원' 항목이 있다. 이 '지원'이 바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버전이라는 것이다.

'동료 호출'을 선택하면 두 가지 경우가 발생한다. 해당 플레이어가 온라인이면 실제 협동 요청을 보내고, 오프라인이면 그 플레이어의 AI 복사본을 소환하는 방식이다.

"봇들은 정말 웃기다. 무론원 보스전 2페이즈에서 한 봇이 장식용 항아리(움직일 수 없는) 안에 끼어서 못 나오더라"는 후기도 있었다.

"블랙 미러 같은 디스토피아적 딜레마"

이 시스템에 대해 한 유저는 날카로운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당신의 버전이 있고, 밤이 되면 코드와 알고리즘으로 결정되는 진짜 당신이라고 여겨지는 버전이 나타난다. 마치 블랙 미러의 원숭이 발톱 같은 미래 디스토피아 도덕적 딜레마 같다."

그는 "평생 직장에서 일하다가 죽으면, 회사가 당신이 거기서 보낸 시간과 모니터링,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또 다른 당신을 만들어내서 죽은 후에도 계속 그 회사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며 섬뜩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엘든 링과 유사한 시스템, 하지만 AI 활용도는 한 단계 위

다른 유저들은 이 시스템이 엘든 링의 소환 표지석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보스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소환 표지석들이 모두 실제 플레이어들의 것이고, 대부분 오프라인 상태에서는 봇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람이 만나는 곳'의 AI 시스템은 단순히 NPC를 소환하는 것을 넘어 실제 플레이어의 플레이 패턴을 분석해 재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는 기존 게임들보다 한 단계 진화한 AI 활용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혁신인가, 혼란인가?

AI 기술이 게임에 접목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바람이 만나는 곳'의 이런 시도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실제 플레이어가 없어도 협동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그 플레이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이들의 게임을 망치는 '악역'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특히 원작 게시물의 작성자처럼 적극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돕는 선량한 게이머가 AI 버전 때문에 "그리퍼(게임을 방해하는 플레이어)" 취급을 받는 상황은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

게임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가운데, 과연 이런 기술이 게이머들에게는 축복일까, 아니면 새로운 혼란의 씨앗일까? '바람이 만나는 곳'이 제시한 이 실험적 시도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_원문 레딧 게시물: https://reddit.com/r/WhereWindsMeet/comments/1ppr5f2/isthegamesummoninganaiversionofme_getting/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