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진 발로란트 인종차별 논란, 스크로시가 폭로한 라이엇의 이중잣대
최고 티어에서도 이어지는 노골적인 인종차별
12월 11일, 인도의 발로란트 프로게이머 스크로시(SkRossi)가 생방송 중 겪은 심각한 인종차별 사건이 발로란트 커뮤니티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래디언트 티어라는 최고 수준의 랭킹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게이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건은 스크로시가 래디언트 랭크 게임을 진행하던 중, 클로브를 플레이하던 팀원으로부터 지속적이고 악랄한 인종차별 발언을 듣게 되면서 시작됐다. 문제가 된 발언들은 단순한 욕설을 넘어서 인도와 인도인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표현이었다.
게임 내내 이어진 지옥 같은 시간들
가해자는 3라운드부터 본격적인 인종차별 발언을 시작했다:
- "Indian dog shit" (인도 개새끼)
- "Do you have pure water to drink?" (마실 깨끗한 물이나 있냐?)
- "Indian dog, ugly country" (인도 개새끼, 더러운 나라)
- "Yo when I come to India I got to swim in all your shit" (인도 가면 똥물에서 헤엄쳐야겠네)
- "Go to India for what? Eat shit?" (인도 가서 뭐하게? 똥 먹으려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인도의 대중문화까지 조롱한 부분이었다. 가해자는 "Mumbai server dingah-dingah-dingah"라며 유명한 인도 노래 '투낙 투낙 툰'을 비하적으로 따라하기까지 했다. 이 노래는 오랫동안 게임 커뮤니티에서 인도인들을 조롱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스크로시가 음소거를 한 후에도 가해자는 팀 채팅으로 "Low KDA talk to me, so sad… by Indian"(킬뎃 낮은 주제로 나한테 말을 걸어, 슬프네… 인도인이라서)라며 인종 차별적 발언을 이어갔다.
연장전에서는 "You wanted to be born in Korea or what? Unlucky you were born in India"(한국에서 태어나고 싶었나? 인도에서 태어난 게 불행이네)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라이엇은 나만 밴하고 저런 놈들은 안 밴해"
사건 후 시청자가 "래디언트 로비에서도 인종차별이 있나요?"라고 묻자, 스크로시의 답변은 게임 업계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어디서나 있어. 인도인만 보면 사람들이 타겟으로 삼더라. 내가 욕하면 라이엇이 바로 밴시키는데, 클로브 같은 바보들은 밴 안 해. 정말 슬픈 일이야."
이 발언은 라이엇의 신고 시스템이 피해자가 맞받아칠 때는 엄격하게 처벌하지만, 정작 인종차별을 시작한 가해자들은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게이머들이 본 라이엇의 이중잣대
레딧 유저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분노와 실망으로 가득했다. 특히 라이엇의 일관성 없는 처벌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유저는 "인도인에 대한 혐오는 요즘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처벌받지 않는다"며 "만약 흑인이나 성소수자 선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리오 파리아(라이엇 e스포츠 글로벌 헤드)가 직접 나서서 댓글을 달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저는 "샨크스나 수브로자 같은 큰 스트리머들의 방송에서도 인도인 차별이 반복되는데 라이엇은 증거를 제출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수브로자의 지오게서 방송에서 "쓰레기가 조금 보이니까 인도라고 표시하자"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자동화 시스템의 한계와 편향성
문제는 라이엇의 신고 처리 시스템이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 유저는 "특정 금지어만 걸러내는 자동 시스템 때문에 진짜 인종차별은 처벌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도인에 대한 차별은 노골적인 욕설보다는 문화적 조롱이나 스테레오타입을 이용한 경우가 많아 자동 시스템으로는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미 동부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유저는 "악센트만 들어도 참지 못하고 인종차별을 시작한다"며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정규화된 인종차별의 심각성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인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서구 게임 커뮤니티에서 '정상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유저는 "퓨디파이가 시작한 인도 혐오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의도적으로 비위생적인 곳을 촬영해서 인도 전체를 왜곡하는 영상들, 그리고 트위터 알고리즘이 인도 혐오 게시물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뀌어야 할 게임 문화
스크로시 사건은 단순히 한 게이머가 겪은 불쾌한 경험을 넘어서, 글로벌 게임 커뮤니티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최고 수준의 프로게이머조차 이런 차별을 당하는 상황에서, 일반 유저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조차 어렵다.
라이엇이 진정으로 '다양성과 포용'을 추구한다면, 이제는 말이 아닌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자동화 시스템의 개선, 신고 처리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인종차별에 대한 일관된 처벌 정책이 필요하다.
게임은 국경을 넘나들며 하나가 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발로란트는 누군가에게는 차별과 혐오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e스포츠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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