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넥스트 페스트, AI 저질 게임들로 발칵 뒤집혔다
추억의 데모 디스크가 돌아왔다고 좋아했는데…
어렸을 때 게임 잡지에 끼워주던 데모 디스크를 기억하는가?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는 설렘은 정말 특별했다. 스팀에서도 가끔 데모를 제공하긴 했지만, 넥스트 페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 추억이 되살아났다.
위시리스트에 담아둔 게임들의 데모를 플레이하고, 출시가 더욱 기대되고, 새로운 게임들을 발견하는 재미. 장르별로 세심하게 분류된 목록을 훑어보며 숨겨진 인디 게임 보석들을 찾아내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10월 15일, 한 유저가 레딧에 올린 글이 인디 게임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AI 저질 콘텐츠(AIslop) 때문에 넥스트 페스트가 내가 가장 좋아하던 게임 이벤트에서 더 이상 재미없는 행사가 되어버렸다"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AI가 범람한 넥스트 페스트, 진짜 게임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이번 주에 시작된 넥스트 페스트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제대로 된 데모가 아니라 겨우 버팀목만 세워둔 듯한 초기 알파 버전들이 즐비하다. AI로 만든 캡슐 아트, AI로 작성한 게임 설명, AI로 생성한 음악까지. 거의 모든 것이 AI로 때워진 게임들이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다.
한 유저는 "이런 저질 콘텐츠들 사이에서 정말 흥미로운 게임들이 완전히 묻혀버리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평소라면 20개 정도는 새로 발견하는 게임이 있었는데, 이번엔 위시리스트에 없던 게임 중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닌텐도 3DS와 스위치 e숍이 저질 게임들로 넘쳐나면서 제대로 된 게임을 찾기 힘들어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 스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AI 필터링 기능이 절실하다"
이 글에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129개 추천)은 "스팀에서 AI 사용 공개를 의무화한 이상, 이제 AI가 포함된 게임들을 완전히 걸러낼 수 있는 필터 기능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한 유저는 우려를 표했다. "그렇게 되면 개발자들이 AI 사용을 숨기고 몰래 저질 게임을 올리려고 할 것"이라며, "그래도 필터링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점도 제시됐다. "넥스트 페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케팅 도구로 여겨지게 됐고, 그래서 개발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게임들까지 무작정 데모를 내놓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큐레이션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개발자들의 한숨
이런 상황에서 가장 안타까운 건 진심으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이다. 이번 넥스트 페스트에 데모를 출품한 한 개발자는 "사랑과 정성(AI 아님)을 듬뿍 담아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정말 공감한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32개 추천).
한 유저는 "저질 개발자들이 AI 사용을 숨기려다가 걸리는 게 낫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인디 게임 황금기의 종말?
원글 작성자는 "허슬 문화(hustle culture)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쓰레기 같은 콘텐츠를 마구 쏟아내는 게 정말 싫다"며 "인디 게임 황금기의 끝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인디 게임 전반의 가시성에 악영향을 미칠 파급 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닌텐도가 e숍에서 품질 관리를 포기한 것처럼, 스팀의 넥스트 페스트도 같은 길을 걸을까 봐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한때 새로운 보석을 발굴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넥스트 페스트가 AI 저질 콘텐츠의 범람으로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게이머들과 진정한 개발자들 모두에게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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