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라는 이름의 현실 도피, 그런데 뒷사정이…

지난 8월 26일 레딧 r/lostgeneration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익명의 작성자가 "시급 15달러짜리 쓸모없는 직장을 그만뒀다"며 "이제 평생 애니메이션 보고 만화 읽고 게임만 하며 살겠다"고 선언한 것.

작성자는 "내일부터 출근 안 할 거다. 가족도 꾸릴 수 없고, 재밌는 것도 할 수 없고, 부모 집에서 나갈 수도 없으니 그냥 포기한다"며 자포자기식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소중한 애니메이션과 게임 시간을 헛된 일에 낭비했다"며 "지금쯤 폭동이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한 댓글러가 작성자의 과거 게시물을 파헤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양육비는 밀리고 주식투기는 계속?

가장 큰 충격을 준 건 작성자가 과거에 올린 다른 게시물이었다. 한 네티즌이 "여기 OP(작성자)가 양육비를 밀리면서도 주식 선물에 돈을 걸었다고 인정한 게시물이 있다"며 증거를 제시했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작성자는 양육비를 제때 내지 못하면서도 주식 옵션에 투자를 했고, 심지어 "투자가 성공하면 대만으로 도망갈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자식이 있으면서 이런 식으로 살다니" "양육비나 제대로 내라" "완전히 무책임한 인간"이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한 댓글러는 "존중할 필요도 없다, 그냥 루저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폭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폭동도 안 하고 맥도날드가 싸져야 한다고 남들이 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비꼬았다.

"요즘 취업시장 얼마나 끔찍한지 아냐?"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826개 추천)은 "집에서 공짜로 살 수 있으면 일자리 붙잡고 돈 모아라. 나는 거의 1년째 무직이다. 지금 취업시장에 나오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다른 네티즌도 "요즘 취업시장은 정말 최악이다. 이런 때 구직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때려치우는 것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돈은 금방 떨어지고 빚은 빠르게 쌓인다"고 조언했다.

일부는 더 냉정한 현실론을 제시했다. "왜 이런 식으로 하냐? 지금 시장이 얼마나 안 좋은지, 네가 얼마나 운이 좋은 상황인지 모르냐? 경력에 먹칠하고 인맥도 태우지 말라"며 직설적으로 꾸짖기도 했다.

"그래도 뭔가는 해야 하지 않나?"

흥미롭게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도 나타났다. "나도 시급 16달러짜리 쓸모없는 직장을 관뒀으니 같은 배를 탄 셈이다"라며 공감을 표한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자격증이나 OSHA-10 카드 같은 건 따놔라. 생활 상황이 갑자기 바뀔 수도 있으니까"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일자리 구하기 싫으면 괜찮다. 하지만 그럼 단체 활동이라도 해라. 봉사활동이든, 뭔가 만들기든"이라며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캐나다에 사는 한 네티즌은 "요즘은 다세대 가구가 흔해지고 있다. 우리 아버지는 46살에 트럭 운전사로 연봉이 10만 달러가 넘는데도 할머니와 살고 있다"며 "집값이 최소 45만 달러, 좋은 집은 60-80만 달러인데 나는 연간 1만1천-1만4천 달러 밖에 못 번다. 혼자 나가면 1년 안에 죽을 것"이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실은 냉혹하다

이번 사건은 MZ세대가 직면한 경제적 현실과 개인의 책임감 사이의 복잡한 문제를 드러냈다. 치솟는 물가와 정체된 임금, 절망적인 주거비 상승 등은 분명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이다.

하지만 작성자처럼 자녀가 있으면서도 양육비를 밀리고 투기에 손을 대는 무책임한 행동은 동정보다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네티즌이 "우울하고 길을 잃은 것은 이해하지만, 이 사람은 그냥 루저이자 무책임한 아버지다"라고 평가한 것이 대다수 의견을 대변한다.

결국 아무리 현실이 어려워도 최소한의 책임감은 져야 한다는 게 네티즌들의 공통된 메시지였다. "자기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고 어쩔 수 없는 건 신경 쓰지 말라"는 조언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게시물 원문: https://reddit.com/r/lostgeneration/comments/1n0fmyj/i_qu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