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전쟁터' 논란에 롤러블레이드로 맞선 시위대, 보수층 발칵
연방정부 강경대응에 '기쁨으로 저항하기'
지난 10월 18일, 미국 포틀랜드에서 벌어진 독특한 시위가 레딧을 뜨겁게 달궜다. 트럼프 행정부가 포틀랜드를 '전쟁터'라고 규정하며 연방 요원들을 파견한 가운데, 현지 시위대들은 롤러블레이드를 신고 축제 분위기로 맞섰다.
이들의 슬로건은 "기쁨이 곧 저항이다(Joy is resistance)"였다. 무겁고 진지한 정치적 메시지 대신 놀이와 유쾌함으로 정부의 강압적 대응에 맞선 것이다.
보수층의 격렬한 반발
이런 시위 방식에 보수층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유저는 "ICE(이민세관집행청) 요원들이 와서 롤러스케이트 탄 테러리스트들을 몸으로 제압할 때까지만 기다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또 다른 보수 성향 유저는 "이들은 그냥 직업 없는 부적응자들이거나 할 일 없는 실업자들"이라며 시위대를 폄하했다. 특히 주말에 벌어진 시위임에도 불구하고 "실업자들의 시위"라고 몰아붙였다.
네덜란드에서 댓글을 단 한 유저는 "트럼프가 진짜 시민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니 다행이다"라며 해외에서까지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진보층의 냉소적 반응
반면 진보 성향 유저들은 보수층의 이중잣대를 조롭듯 비꼬았다. 한 유저는 "같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우리 국민'이라는 문신을 새기면서, 정작 누군가 시위권을 행사하면 신에게 금지해달라고 빈다"며 위선을 꼬집었다.
시카고에서 시위에 참가했다는 한 유저는 "오늘 시위하느라 취해서 피곤하다"며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IDLES의 앨범 'Joy as an Act of Resistance'를 언급하며 "기쁨을 통한 저항"이라는 개념을 옹호했다.
'소로스 수표' 농담과 진실 공방
보수층이 시위 자금원으로 조지 소로스를 거론하자, 진보층은 "소로스 수표는 어디서 받나요?"라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한 유저는 "그동안 공짜로 이 타락한 놈들을 미워했는데, 돈을 받을 수 있었다니!"라며 조롱했다.
시위 효과성 논쟁도 가열
시위의 실효성을 두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보수 측에서 "이런 거리 파티로 뭘 이루려고 하나?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폄하하자, 진보 측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자유와 권리가 시위를 통해 얻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1월 6일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과 비교하며 "국회의사당에 침입해서 부통령을 위협한 건 '애국주의'이고, 평화로운 시위는 '테러'라는 거냐"는 신랄한 지적도 나왔다.
영원한 분노의 보수층?
한 진보 유저는 "보수들은 언제 분노하지 않나? 항상 뭔가에 화를 내고 있다"며 "지금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화만 내고 있다. 상상 속 피해의식과 피해자 코스프레가 그들의 정체성 전부"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유저는 "톨킨의 오크들처럼 남을 미워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더 미워해서 영원히 행복할 수 없는 존재들"이라며 문학적 비유까지 동원했다.
유럽식 저항과 비교
한편 "미국인들은 모든 걸 파티로 만든다. 유럽 농민들은 정치인들에게 똥을 뿌렸고, 인도네시아는 아예 불태웠다"며 미국식 저항의 온건함을 지적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포틀랜드의 이번 시위는 단순한 정치적 저항을 넘어, 미국 사회의 깊은 분열과 각 진영의 인식 차이를 적나라하게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기쁨'마저도 정치적 무기가 되는 시대, 과연 어떤 방식의 저항이 더 효과적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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