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타 커뮤니티를 배신한 펜드래곤, 결국 리그 오브 레전드 성공의 발판이 되다
게임 역사상 최악의 배신? 펜드래곤 사건의 진실
지난 1월 27일, 도타 2 레딧에서 한 유저가 올린 질문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펜드래곤과 아이스프로그 사이에 벌어진 과거 사건을 설명해달라"는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댓글창은 순식간에 분노로 가득 찼다.
사실 펜드래곤(Pendragon) 사건은 MOBA 장르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된 배신 사건 중 하나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도타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이름만 나와도 "Fuck Pendragon"이라는 댓글이 쏟아진다.
도타의 심장부를 장악한 남자
펜드래곤은 과거 DotA-Allstars.com이라는 포럼의 운영자였다. 이 포럼은 단순한 게시판이 아니었다. 도타와 관련된 모든 것이 모이는 성지였다.
한 유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 포럼은 도타의 모든 것이었다. 모든 영웅에 대한 가이드, 토너먼트 일정, 아이스프로그도 자주 글을 올렸고, 가장 중요한 건 영웅 제안 코너였다. 커뮤니티 멤버들이 완전한 영웅 디자인을 올리면, 아이스프로그가 그걸 보고 실제 게임에 반영하기도 했다."
배신의 시작, 라이엇 게임즈 입사
문제는 펜드래곤이 라이엇 게임즈에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에 참여하게 됐고, 이때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먼저 그는 도타 포럼에 리그 오브 레전드 광고를 게시하기 시작했다. "핵이 없고, 그래픽이 더 좋고, 더 밸런스가 잡힌 게임플레이"를 강조하며 도타 유저들을 끌어오려 했다. 당연히 커뮤니티의 반응은 차가웠다.
커뮤니티를 날려버린 최악의 선택
그리고 펜드래곤은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포럼 전체를 삭제해버린 것이다.
한 유저는 분노를 담아 이렇게 설명했다: "펜드래곤은 전체 포럼을 삭제하면서 도타 커뮤니티에게 중지를 날렸다. 커뮤니티는 갈 곳을 잃었고, 이는 도타에게 엄청난 타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 새로운 MOBA 장르의 신작이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로 넘어갔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었다. 그는 포럼 도메인을 리그 오브 레전드 가입 페이지로 리다이렉트시켜버렸다. 도타 포럼을 찾아온 유저들이 자동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사이트로 이동하게 만든 것이다.
영웅 디자인까지 훔쳐간 뻔뻔함
가장 분노를 자아내는 부분은 따로 있다. 펜드래곤은 포럼에 올라온 커뮤니티 멤버들의 영웅 디자인을 가져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 제작에 활용했다는 의혹이다.
한 댓글은 이를 쉽게 비유해 설명했다: "지금 이 서브레딧에서 영웅 아이디어를 올리는 글들 보이지? 관리자가 갑자기 서브레딧을 닫고 그 아이디어들로 경쟁 게임을 만든다고 생각해봐.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난 거다."
블리자드의 개입이 없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MOBA 장르 자체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하려 시도했다. 성공했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유일한 MOBA 게임이 될 뻔했다.
다행히 블리자드가 개입했다. "자신들의 게임에서 커뮤니티 모드로 만들어진 게임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며 라이엇의 시도를 막아섰다. 한 유저는 "블리자드가 나서지 않았다면 도타 2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도타 2 크레딧에는 블리자드에 대한 감사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10년이 지나도 계속되는 분노
펜드래곤 사건은 단순한 비즈니스 경쟁을 넘어선 배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커뮤니티의 신뢰를 받는 운영자 위치를 이용해 도타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 잔해 위에서 경쟁작을 키웠다.
"Puck Fendragon"(Fuck Pendragon의 변형), "Mandatory fuck Pendragon"(의무적으로 펜드래곤 욕하기) 같은 댓글들이 여전히 쏟아지는 이유다.
한 유저는 "펜드래곤은 쓰레기고, 우리는 그와 다시 일하지 않을 것"이라며 밸브의 유명한 성명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잃어버린 커뮤니티 문화
이 사건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은 단순한 포럼이 아니었다. 한 유저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포럼의 시그니처 경쟁 같은 건 정말 대단했는데… 이제는 그런 공간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시그니처 자체가 사라진 문화가 됐으니까."
도타와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 사이의 갈등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사실 리그 오브 레전드 창시자 중 한 명인 구인수(Guinsoo)도 아이스프로그 이전의 도타 개발자였다. 그의 이름을 딴 아이템 '구인수의 낫'이 현재는 '바이즈의 낫'으로 이름이 바뀐 것도 이런 복잡한 역사를 반영한다.
게임 역사에 남은 교훈
펜드래곤 사건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신뢰를 배신했을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도타 커뮤니티에서 그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분노가 되살아나는 이유는, 단순한 개인적 배신을 넘어서 전체 게임 문화와 커뮤니티를 파괴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이 발전하고 있지만, 커뮤니티와 개발자, 운영자 사이의 신뢰는 여전히 모든 것의 기반이라는 교훈을 펜드래곤 사건은 생생하게 들려준다.
레딧 원문: https://reddit.com/r/DotA2/comments/1qotrpu/can_someone_explain_to_me_the_old_drama_between/
Com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