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토메 게임 시장마저 AI에 점령당하나

오토메 게임 커뮤니티에서 생성형 AI 사용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7일 레딧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 163개의 추천과 84개의 댓글을 받으며 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게시물 작성자는 "최근 출시된 매우 기대됐던 게임에서 생성형 AI가 사용된 흔적을 발견했다"며 "그동안 오토메 게임 커뮤니티는 AI 사용에 부정적이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대 쟁점은 '더블 스탠다드'

논쟁의 핵심은 대형 스튜디오와 인디 개발자 간에 적용되는 기준의 차이다. 댓글에서 한 유저는 "인디 개발자의 경우 AI 사용 의혹만 제기돼도 집중 공격을 받는데, 대형 회사는 AI 사용이 명백해 보여도 비난이 덜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게임은 볼티지(Voltage)에서 출시한 '레드 벨스 라멘트(The Red Bell's Lament)'로 밝혀졌다. 일부 유저들은 배경 아트에서 AI 사용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게임의 배경 아트는 55년 전통의 스튜디오 잭(Studio Jack)이 담당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댓글 중에서 가장 많은 202개의 추천을 받은 의견은 "AI는 더 나은 품질이 아니라 단지 더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되는 것"이라며 "오토메 게임의 핵심 매력인 아트와 스토리를 만드는 아티스트와 작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저들의 맞대응: 지갑을 닫는다

많은 팬들은 AI를 사용한 게임에 대해서는 '구매 거부'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무리 기대했던 게임이라도 흥미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34개의 추천을 받았다.

또 다른 유저는 "현실적으로 오토메 게임 개발사들이 앞으로 생성형 AI를 사용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적어도 그들이 AI 사용 여부를 명시적으로 밝혀서 내가 그런 게임들을 피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AI로 만든 형편없는 작품에 돈을 쓰는 건 완전한 낭비"라고 강조했다.

창작자들의 입장: 생존권 위협

직업 작가이자 애니메이션 전공자의 친구를 둔 한 유저는 "생성형 AI는 나와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며 "AI가 '좋아 보인다'고 해도 인간 아티스트와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창작자의 입장에서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 아티스트는 "인디 게임 스튜디오에서 일하는데, AI에 열광하는 상사 때문에 더 이상 내 게임이 'AI 프리'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면서 "너무 씁쓸하다. 게다가 내 작업에 그렇게 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수동으로 수정해야 할 엉성한 지름길을 만들 뿐"이라고 털어놨다.

문화적 차이: 동서양의 AI 인식

흥미로운 점은 일본과 서양 창작자들 사이에 AI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유저는 "서양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모든 형태의 AI를 비난하는 반면, 일본 만화가가 ChatGPT가 '유용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봤다"며 "오토마테(Otomate)와 같은 대형 스튜디오가 AI로 전환한다면, 나는 더 이상 오토메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개선안: 투명성과 윤리적 사용

일부 유저들은 무조건적인 AI 거부보다 투명성과 윤리적 사용을 강조했다. 한 댓글은 "AI는 팀이 자체적으로 만든 아트워크에서만 훈련된 모델을 사용하고 개발팀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른 유저는 "실제로 회사들이 직원들을 해고하고 AI를 선호한 확인된 사례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며 "지금 상황은 공포를 조장하고 마녀사냥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마치며: 도전받는 창의성의 가치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게임을 넘어 창의 산업 전반에 걸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한 유저가 지적한 "AI는 이 세대에게는 편리할지 모르지만, 미래 세대에게는 비판적 사고 능력과 대립되는 정보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다른 사용자는 "AI는 인간 창의성의 정점이 아니라 그것의 죽음"이라고 경고했다. 생성형 AI가 발전할수록 인간 창작자와 AI 생성 콘텐츠를 구별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선택과 개발사들의 윤리적 결정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출처: 레딧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