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안 CEO "AI가 게임 개발 기간 단축할 거라 생각하는 건 순진한 발상"

"품질, 비용, 속도 중 두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는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이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업계에 팽배해 있지만, '발더스 게이트 3'로 전 세계적 성공을 거둔 라리안 스튜디오의 스웬 빈케 CEO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빈케 CEO는 최근 AI 기술이 게임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순진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 4월 30일 게임 개발 커뮤니티 레딧을 뜨겁게 달구며 많은 개발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새 도구가 생겼다고 개발이 빨라지지 않는다"
빈케 CEO의 주장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아무리 좋은 도구가 생겨도 게임 개발의 본질적인 도전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AI가 특정 작업을 자동화하고 효율화할 순 있지만, 이것이 전체 개발 기간의 단축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은 게임 개발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AI를 활용한 콘텐츠 생성 이후에도 품질 관리, 버그 수정, 밸런싱 작업 등 인간 개발자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과정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생산성의 철의 법칙: "품질, 비용, 속도 중 둘만 가능하다"
이 소식이 공유된 레딧에서 한 개발자는 "생산성의 삼각형은 여전히 유효하다: 속도, 비용, 품질. 이 중 두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는 코멘트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즉, 개발 속도를 높이고 품질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고, 품질과 낮은 비용을 원한다면 개발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게임 개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에 현실적 경계선을 제시하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라리안의 철학: "품질에 타협하지 않는다"
라리안 스튜디오는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과 '발더스 게이트 3'와 같은 작품으로 RPG 장르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발더스 게이트 3'는 6년이 넘는 개발 기간 끝에 세상에 나왔으며, 출시 이후 사실상 모든 게임상을 휩쓸며 2023년 최고의 게임으로 인정받았다.
빈케 CEO의 이번 발언은 라리안의 이런 개발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즉,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며 그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할애한다는 것이다.
AI의 현실적 역할
물론 AI가 게임 개발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AI는 반복적인 작업 자동화, 초기 콘텐츠 생성, 테스트 과정 효율화 등에서 분명한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도움이 전체 개발 기간의 획기적인 단축으로 이어진다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빈케의 시각이다.
업계의 반응
이번 발언은 게임 업계 내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개발자들은 빈케의 견해에 공감하며 AI 기술의 한계를 인정했고, 또 다른 이들은 적절히 활용하면 개발 기간 단축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결국 AI도 도구일 뿐이며, 도구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독립 개발자들에게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 AI가 제공하는 가능성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사점: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비전
빈케 CEO의 이번 발언은 결국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창의적 비전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끈기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게임의 핵심은 결국 인간의 창의력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더스 게이트 3'의 성공이 증명하듯,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작품은 결국 상업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빈케의 발언은 단기적 효율성보다 장기적 가치를 중시하는 게임 개발의 본질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AI 기술이 게임 개발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으며, 기술적 발전과 창의적 과정 사이의 최적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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