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인디게임 어워드, AI 사용으로 '클레어 옵스큐어' 수상 박탈
AI 한 장 때문에 날아간 수상작
12월 21일, 인디게임계에 작은 폭탄이 터졌다. 인디게임 어워드 주최 측이 유력한 수상 후보작이었던 '클레어 옵스큐어: 익스페디션 33'(이하 E33)을 생성형 AI 사용을 이유로 수상 자격을 박탈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게임 초반부에 등장하는 배경 속 전단지 몇 장.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2022년 당시 AI 이미지 생성 기술이 막 등장했을 때 '새로운 장난감을 써보자'는 심정으로 임시 에셋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임시 에셋들이 실수로 정식 출시 버전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개발사는 "2022년 당시 생성형 AI는 성능이 별로였고, 지금처럼 발전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게임 출시 직후 패치를 통해 해당 에셋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월 29일 패치 1.2.2를 통해 문제가 된 AI 텍스처는 완전히 삭제됐다.
뒤늦은 규칙 변경에 쏟아진 비난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유저들이 주최 측의 웹사이트를 웨이백머신으로 추적한 결과, 7월까지만 해도 AI 사용 금지 조항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12월이 되어서야 갑자기 AI 금지 규정이 추가됐고, 11월 19일에 후보작이 발표된 상황이다.
한 유저는 "마지막 순간에 규칙을 바꾸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또 다른 유저는 "요즘 AI 반대 여론이 뜨거우니까 착한 척하려는 것 같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번 논란의 핵심은 AI 사용 사실이 이미 몇 달 전부터 공개적으로 알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게임 출시 며칠 후인 지난 4월부터 스팀 토론 게시판에서 유저들이 AI 텍스처를 신고했고, 언론에서도 이를 보도했다. 즉, 주최 측이 후보작을 선정할 때 이미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는 뜻이다.
"진짜 인디게임이 맞나?" 제기된 또 다른 의문
유저들 사이에서는 AI 사용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E33이 과연 '인디게임'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한 유저는 "수백 명의 개발자가 참여하고 예산이 2천만 달러(약 290억 원)인 게임이 인디게임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유저는 "외부 투자자들이 참여한 게임을 인디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일부 유저들은 "그럼 '하데스 2'도 인디게임이 아니라는 건가?"라며 인디게임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요즘은 퍼블리셔 없이 독립적으로 개발하는 게임을 인디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면 밸브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2'도 인디게임이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냥 관심끌기용 아니야?"
많은 유저들이 이번 사태를 '어그로'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시상식을 주관한 '인사이더 게이밍'이 트위치에서 50명도 안 되는 시청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짜 게임 어워드인 척하며 관심을 끌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유저는 "E33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 같다"며 "게임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E33은 지난 더 게임 어워드에서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프랑스 개발사가 만든 이 턴제 JRPG는 독특한 아트 스타일과 깊이 있는 스토리로 평단과 유저들의 찬사를 받았다.
AI 시대, 게임업계의 딜레마
이번 논란은 게임업계가 AI 시대에 직면한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 유저는 "요즘 개발자들은 다들 코파일럿이나 클로드 같은 AI로 코드를 짠다"며 "그런데 왜 아트만 문제 삼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저는 "AI 기술이 너무 유용해서 안 쓸 이유가 없다"며 "몇 년 뒤에는 모든 게임에 생성형 AI가 사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바위나 나무 같은 단순한 배경 오브젝트를 만들 때 AI를 활용하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다.
하지만 AI 사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아티스트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화제성을 얻은 '인사이더 게이밍'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논란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인사이더 게이밍'일지도 모른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들의 시상식이 하룻밤 사이에 게임업계의 화젯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관심을 끈 것"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특히 규칙을 소급 적용해 수상 자격을 박탈한 것에 대해서는 "상식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높다.
E33 개발팀은 이미 실수를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규칙을 바꿔 수상을 박탈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이번 사건은 AI시대 게임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됐다.
원문: https://reddit.com/r/Steam/comments/1ps05us/indie_game_awards_disqualifies_clair_obsc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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