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개발자들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 'AI 프리' 인증서가 뜬다
넥슨 CEO의 발언이 불러온 반발
지난 11월, 넥슨의 정헌이 대표가 한 발언이 인디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모든 게임 회사가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 인디 개발자들은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로키>와 <미스레크드>를 개발한 폴리곤 트리하우스의 공동창립자 알렉스 카나리스-소티리우는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런 반응은 SNS 전반에서 빗발쳤고, 많은 개발자들이 생성형 AI를 피하는 것이 단순히 개인적 신념이 아닌 전문적인 마케팅 전략이 됐다고 밝혔다.
'AI 프리' 인증서의 탄생
이러한 반발 속에서 인디 개발자들은 흥미로운 해결책을 내놨다. 바로 '이 개발자는 인디 게임에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보증합니다'라고 적힌 황금 톱니바퀴 모양의 인증서다.
카나리스-소티리우가 주도해 만든 이 인증서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현재 <로즈워터>, <아스트랄 어센트>, <쿼터스태프> 등의 게임 스토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팀의 생성형 AI 공개 규정과는 정반대되는 위치에서 '인간이 만든 게임'임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개발자들의 열정적인 선언
일부 개발자들은 더 열정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D-셀 게임즈는 자사의 신작 <언비터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언비터블>의 모든 것은 생성형 보조 도구 없이 인간이 만들었습니다. 그려진 모든 프레임, 쓰여진 모든 단어, 조각된 모든 모델, 타이핑된 모든 코드 한 줄, 진짜 목소리로 부른 모든 노래, 진짜 손으로 연주한 모든 기타, 우리와 같이 결함투성이고 지저분한 모든 순간들까지."
D-셀 게임즈의 제프리 치아오 스튜디오 프로듀서는 "생성형 AI의 윤리적, 도덕적, 법적 문제를 무시하더라도, 그건 엄청난 노력 낭비"라며 "우리는 AI의 도움 없이도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기업들의 AI 도입 러시
반면 대형 게임사들은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EA는 스태빌리티 AI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AI로 게임플레이를 생성하고 있다.
특히 유비소프트는 생성형 AI를 "3D로의 전환만큼 큰 혁명"이라고 부르며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직원들에게 'AI 우선' 조직 개편에 동참하지 못하면 자발적으로 퇴사하라고 권유하기까지 했다.
현재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6>, <아노 117: 팍스 로마나>, <더 얼터스>, <더 파이널스>, <아크 레이더스>, <인조이> 등에서 생성형 AI 에셋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이 오히려 창의성을 키운다
게임 개발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출시 기간도 길어지는 상황에서 AI는 분명 매력적인 도구다. 특히 투자 여건이 악화되고 소규모 팀이 여러 역할을 도맡아야 하는 인디 게임 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작 AI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인디 개발자들이 가장 큰 반발을 보이고 있다. 카나리스-소티리우는 "인디로서 마주하는 제약들이 오히려 정말 창의적인 해결책을 개발하도록 영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배틀 셰프 브리게이드를 개발한 트링켓 스튜디오의 톰 이스트만 사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게임 개발 막바지에 핵심 로케이션들의 아트가 완성되지 않았을 때, 시간이 많이 드는 손그림 라인아트 대신 수채화를 사용하기로 한 일화를 들며 "이런 흥미로운 창의적 결정들을 내리는 재미가 바로 게임 개발의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플레이어들의 호응과 미래 전망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AI 반대' 선언이 플레이어와 커뮤니티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D-셀 게임즈의 치아오는 "AI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질 가능성이 높지만, 사람들이 우리 작품에서 원하는 것들은 그것 때문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을 고수할 것이고, 그게 더 재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레딧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
이 소식이 전해진 레딧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 유저는 "진짜 목초 사육, 방목으로 키운 게임들"이라며 농담을 던졌고, 다른 유저는 "우리 100% 진짜 인간 소싱 게임 스튜디오는 고객들에게 진정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받아쳤다.
"AI는 인간들이 춤추고 예술을 만들 수 있도록 잡일을 대신 맡아야 하는데, 인간은 임금 노예로 남겨두고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진지한 의견도 나왔다.
또한 "언리얼 엔진 5가 널리 사용되면서 게임들이 비슷하게 생긴다는 불만이 나오는데, AI는 이보다 훨씬 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흥미롭게도 한 유저는 "과연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이 거짓말을 할까?"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11월 25일 레딧에 올라온 이 게시물은 현재 1만 1천 개가 넘는 추천을 받으며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게임 업계의 AI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 출처: 레딧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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