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3주 전 AI 아트 100% 삭제한 인디 개발자 "결국 더 나은 선택이었다"

출시 3주 전 AI 아트 100% 삭제한 인디 개발자 "결국 더 나은 선택이었다"

크리스마스 출시를 앞둔 인디 개발자의 극단적 선택

12월 15일, 해외 RPG 개발 커뮤니티에 화제의 글이 올라왔다. 크리스마스 이브 출시를 목표로 하던 한 인디 게임 개발자가 출시 3주를 앞두고 자신의 게임에서 AI 아트를 100% 삭제했다는 고백이었다.

이 개발자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코어북이 95% 완성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85% 완성도로 후퇴했다"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레딧에서 AI 아트에 대한 게임 커뮤니티의 부정적 반응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165페이지 분량의 책, 100여 개 이미지를 다시 찾아야

원래 이 개발자는 165페이지 분량의 게임북에 페이지당 하나씩 이미지를 넣는 것을 목표로 했다. 캐릭터 프로필 시트용 이미지들과 규칙 설명용 도표들을 제외하더라도 100개가 넘는 아트워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AI 아트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본 후 일주일 전 모든 AI 이미지를 삭제했다.

그는 "3일 동안 밤낮없이 CC0/퍼블릭 도메인 아트를 찾아 헤맸다"고 털어놓았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창작자표시 라이선스로 필터링하고, 1990년부터 2022년까지 날짜 범위를 설정해 SF/판타지/액션 관련 이미지들을 수집했다.

특히 그는 실용적인 팁들도 공유했다. 수집한 이미지들을 '원본'과 '사용됨' 두 폴더로 나누어 관리하고, 책에 이미지를 넣을 때마다 '사용됨' 폴더에서 해당 파일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출처 표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GIMP 필터로 통일된 아트 스타일 구현

50명 이상의 서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의 일관된 스타일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는 GIMP의 '워터픽셀' 필터를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필터 값을 8-12로 설정하고, 이미지 해상도를 조정한 뒤 가우시안 블러를 살짝 적용하면 모든 이미지가 마치 그림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각 챕터별로 통일된 색감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인트로 챕터는 같은 작가의 클로즈업 이미지들로, 첫 번째 챕터는 녹색 안개가 감도는 판타지 아트로, 두 번째 챕터는 '마법의 스파르타'를 연상시키는 금색과 빨간색 계열의 판타지 아트로 꾸몄다.

"AI 아트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

현재 그는 78페이지까지 작업을 마친 상태로, 9일 안에 나머지 작업을 끝내야 하는 빠듯한 일정에 쫓기고 있다. 그것도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출시 이틀 전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촉박하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이전 AI 아트보다 훨씬 만족스럽고, 모든 면에서 더 나은 결과물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DriveThruRPG와 itch.io 제품 페이지에서 'AI 아트/생성' 체크박스를 해제할 때의 만족감도 언급했다.

커뮤니티의 따뜻한 응원

레딧 커뮤니티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한 유저는 "페이지당 하나씩은 너무 욕심이다. 페이지 스프레드당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며 조언했고, 또 다른 유저는 자신의 아트스테이션 포트폴리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CC 라이선스에 대한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유저도 있었다. "구글 검색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로 필터링해도 NC(비상업적 이용) 라이선스가 포함되니 상업적 용도라면 CC-BY나 CC-0 라이선스만 사용하라"는 실용적인 조언이었다.

인디 게임 개발의 현실과 선택

이 사례는 AI 기술의 발달과 함께 떠오른 창작자들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시간과 비용 절약을 위해 AI 아트를 선택했지만, 커뮤니티의 반감을 의식해 결국 전통적인 방법으로 돌아간 것이다.

특히 인디 개발자에게는 아트워크 확보가 큰 부담이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의뢰하기엔 비용이 부담스럽고, 직접 그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AI 아트는 분명 매력적인 대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개발자는 "옳은 선택이었고, 힘든 선택이었다"는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얻었다. 퍼블릭 도메인 아트 활용법을 터득한 것도 덤으로 얻은 스킬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65페이지 분량의 RPG 룰북을 9일 만에 완성해야 하는 그의 도전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게임은 AI 논란 없이 깔끔하게 출시될 수 있게 됐다.

원문: https://reddit.com/r/RPGdesign/comments/1pn5uca/i_deleted_100_of_my_ai_art_three_weeks_before_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