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요버스 '게임 가치 보존' 논란 속 승자로... 중국 게임사가 웃는 이유

호요버스 '게임 가치 보존' 논란 속 승자로... 중국 게임사가 웃는 이유

'Stop Killing Games' 캠페인에 맞선 게임사들, 호요버스는 왜 빠졌나?

최근 게임업계에서 '게임 종료 후 보존' 문제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게임 업계 내부의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Stop Killing Games(게임을 죽이지 마라)' 캠페인은 서비스 종료 후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소비자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지난 7월 8일, 레딧에는 이 캠페인에 반대 로비를 펼친 게임사들의 명단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유저들이 주목한 건 이 명단에 호요버스(Hoyoverse)와 밸브(Steam)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개된 명단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EA,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세가, 스퀘어 에닉스, 유비소프트 등 쟁쟁한 게임 거대 기업들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이들 기업은 모두 'Video Games Europe'이라는 단체의 일원으로, 'Stop Killing Games' 캠페인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돈 버는 중인데요?" 호요버스의 독특한 포지션

댓글들을 살펴보면 호요버스에 대한 반응이 흥미롭다. 한 유저는 "다웨이(호요버스 CEO)가 7번째 요트 위에서 '캠페인? 그게 뭐지?'라고 묻고 있을 것"이라는 농담을 던졌고, 이에 258개의 추천을 받았다.

실제로 호요버스는 자사 게임의 서비스 종료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현재 서비스 중인 '원신', '붕괴: 스타레일', '젠리스 존 제로' 등 대부분이 인기리에 운영 중이며, 심지어 첫 히트작인 '붕괴3rd'도 2016년 출시 이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서비스되고 있다.

"호요버스는 중국 회사니까 당연히 이런 문제에 신경 쓰지 않겠죠"라는 다소 냉소적인 댓글이 많은 호응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호요버스의 게임 운영 방식이 이러한 논란에서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중국식 '컴패니언 에디션' 문화 주목

특히 주목할 만한 건 한 유저가 언급한 중국 게임 산업의 특성이다.

"중국 게임들은 전형적으로 라이브 서비스가 중단될 때 '컴패니언 에디션'을 제작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 에디션에는 새로운 콘텐츠는 없지만,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가 그대로 담겨 있고, 일부는 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서버를 운영할 수 있도록 리소스도 제공합니다."

실제로 호요버스는 '붕괴3rd'를 품질의 표준이자 신규 미니게임과 스태프 소개를 위한 테스트 무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여러 댓글에서 언급됐다. 이는 게임을 단순한 수익 창출 도구로만 보지 않고, 회사의 정체성과 역사로 인식하는 문화적 차이를 보여준다.

밸브의 전략적 침묵, "우리는 이미 게임 보존의 선구자"

또 다른 '로비 명단 불참자'인 밸브(Steam)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여러 유저들이 밸브가 비상장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주주들에게 가치를 창출할 의무가 없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자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유저는 "밸브의 경쟁사 물리치는 전략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경쟁사들이 스스로 발등을 찍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는 재미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149명이 동의했다.

밸브의 'TF2(팀포트리스2)' 사례는 이미 게임 보존의 좋은 본보기로 거론됐다. "그들은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공개하며 '마음껏 즐기세요. 이제 이 게임은 여러분의 것입니다'라고 말했죠."라는 댓글은 밸브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Stop Killing Games' 캠페인의 핵심은?

이 논란이 무엇인지 모르는 유저들을 위해 캠페인의 요지도 정리됐다. 'Stop Killing Games'의 핵심은 게임이 '서비스 종료'(EOS: End of Service)될 때 로컬에서 또는 사설 서버를 통해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권리를 소비자에게 부여하자는 것이다.

한 유저는 "게임 구매 시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개발자가 지원하고자 하는 불확실한 기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특별한 특권'에 불과하다"며 현재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유비소프트와 같은 일부 회사는 서비스 종료 시 게임 복사본을 '파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온라인 요소 있는 싱글플레이 게임이 주 타깃

이 캠페인이 실제로 겨냥하는 것은 WoW와 같은 MMO보다는 "지속적인 연결과 최신 버전을 필요로 하는 싱글플레이 게임"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최근 우비소프트의 '더 크루'가 서비스 종료와 함께 완전히 플레이 불가능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편 일부 유저들은 이 명단이 실제로 각 회사의 입장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목록은 'Video Games Europe'의 회원사 명단에 불과하며, 개별 기업의 생각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신중한 의견도 있었다.

호요버스와 밸브가 이 논란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간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두 회사의 철학과 운영 방식이 이미 게임 보존이라는 가치와 부합하기 때문일까? 앞으로 게임 산업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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