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게임 AI' 전문가들 취업난 심각... "생성형 AI 때문에 이력서에서 AI란 단어 지웠다"

'게임 AI' 전문가들의 좌절… "지원하면 다 생성형 AI 역량 물어봐"
지난 5일(현지시간) 레딧의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한 개발자가 올린 글이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전통적인 게임 AI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시장을 장악한 지금, 구직이 불가능한가?'라는 제목의 이 게시물은 현재 게임 업계가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변기에 앉아 문득 든 생각이지만…"
글쓴이는 "5년 전만 해도 전통적인 게임 AI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그저 '인공지능 프로그래머'를 검색하면 됐었다"며 "요즘은 키워드가 생성형 AI 일자리로 넘쳐나 구직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 글에 대한 게임 개발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은 "AI 전문가는 아니지만 FSM(유한 상태 기계), 비헤이비어 트리 등을 다뤄본 경험이 있다"며 "그런데 채용 담당자들이 연락해서 머신러닝이나 생성형 AI 경험이 있는지 묻더라. 그 이후로는 이력서에서 'AI'란 단어를 완전히 지우고 대신 '비헤이비어 트리 경험'이라고 명시했다"는 개발자의 이야기였다.
"NPC 행동 로직 프로그래머지, AI 개발자가 아닙니다"
게임 AI 프로그래머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댓글러는 "링크드인으로 오는 스팸 메일의 99%가 내가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다루는 줄 아는 리크루터"라며 "너무 짜증나서 이제는 메일조차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개발자는 "절차적 생성 콘텐츠를 만들어도 사람들은 그게 생성형 AI라고 오해한다"며 "이제는 NPC 행동을 프로그래밍했다고 해야지, AI라는 단어는 쓰지도 말아야 한다"고 농담 섞인 투로 말했다.
업계가 직면한 용어의 혼란
이러한 상황은 'AI'라는 용어가 게임 업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의미와 현재 대중적으로 쓰이는 의미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게임에서의 'AI'는 주로 NPC 행동 패턴, 적의 전략, 길찾기 알고리즘 등을 의미했으나, 최근에는 대규모 언어 모델과 생성형 인공지능이 'AI'의 주류 이미지가 되었다.
"게임 업계는 게임 'AI'에 대한 다른 용어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며 한 개발자는 "개인적으로 '비헤이비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비헤이비어 프로그래머'는 의미가 명확하며, 원래부터 전통적 게임 AI에 대해 'AI'라는 용어는 정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짜 AI 일자리 vs 가짜 AI 일자리
한편, 구인 시장에 대한 시각 차이도 드러났다. 한 개발자는 "생성형 AI는 게임 채용 공고에서 사용되지 않으며, 이 역할은 여전히 AI 프로그래머 또는 게임플레이 프로그래머로 불린다"며 "LLM과의 혼동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개발자는 "당신과 내가 보는 곳이 다른 것 같다. 나는 LLM을 좋아하는 장르에 통합하려는 멋진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를 엄청나게 본다. NVIDIA가 몇 년 전에 보여준 데모처럼 말이다"라고 반박했다.
시장에 맞춰 변해가는 게임 개발자들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오간 이러한 대화는 게임 산업이 기술 변화에 따라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게임 AI 전문가는 명확한 직업군이었지만, 이제는 생성형 AI와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개발자들은 자신의 경력 설명 방식까지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현상은 결국 개발자들이 본인의 전문 분야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조차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기존의 게임 AI 기술은 여전히 중요하며 수요도 있지만, '인공지능'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지적했듯이, 아마도 업계는 전통적인 게임 AI에 대한 새로운 용어를 찾아야 할 시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유능한 게임 AI 프로그래머들이 생성형 AI 개발자로 오해받는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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