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 드라마 속 NCR 붕괴, '설정구멍' 아니라고? 팬들 격론
하나의 핵폭탄으로 초강대국이 사라질 수 있을까?
지난 1월 12일 레딧 폴아웃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아마존 프라임의 폴아웃 드라마에서 묘사된 NCR(신 캘리포니아 공화국) 붕괴가 과연 합리적인지를 둘러싼 토론이었다. 한 유저가 "NCR의 파편화된 상태가 말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게임 설정을 보면 충분히 타당하다"며 193개의 추천을 받은 글을 올렸지만, 댓글창은 반박 의견으로 가득했다.
찬성론자의 논리: "모든 복선이 있었다"
원글 작성자는 폴아웃: 뉴 베가스에서 나온 NCR의 문제점들을 나열했다. 브라민 재벌들이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15년 내 기근이 예상되며, 의료용품이 부족하고, 캘리포니아의 물이 말라가고 있다는 설정들이다. 또한 모하비 사막 점령에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고, 국민 여론도 악화되었으며, 경제도 이미 무너진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드라마에서 NCR이 후버댐 2차 대전에서 졌고, 셰이디 샌즈가 파괴됐으며, 브라더후드가 동부에서 지원군을 받았다는 설정을 보면, 15년 후 NCR의 몰락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반박론자들의 핵심: "하나의 도시 = 전체 국가?"
하지만 댓글창의 반응은 싸늘했다. 344개 추천을 받은 댓글은 "설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해서 재미있는 건 아니다. NCR이 완전히 사라진 것보다는 여전히 존재하거나 후계 국가들로 분열된 모습이 더 흥미로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164개 추천 댓글은 더욱 직설적이었다. "문제는 NCR이 파괴되거나 다른 주들로 분열된 게 아니라, 그냥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느낌이라는 것이다. 마치 그 지역 전체가 집단적으로 사회 형성을 포기한 것 같다."
특히 팬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부분은 '사람들이 어디 갔느냐'는 것이다. 66개 추천을 받은 댓글은 "NCR 정부 전체가 원자화되었다 해도, 셰이디 샌즈 밖에 권력 중심지들이 있어야 한다. 잔존 군사 조직, 경제 허브, 농업 공동체들… 수백만 NCR 시민들을 먹여살렸던 모든 인프라가 여전히 존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봉크래프트라는 거대한 정착지는 어디 갔나?"
145개 추천을 받은 댓글은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폴아웃: 뉴 베가스에서 우리가 배운 NCR과 드라마에서 배운 NCR 사이에는 거의 겹치는 부분이 없다. 드라마는 NCR의 점진적 붕괴를 탐구하지 않았다. 그냥 또 다른 전쟁 전 악역이 핵을 떨어뜨렸고, NCR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특히 팬들은 NCR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봉크래프트'(The Boneyard)가 언급조차 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전체를 지배했던 연방 공화국이 단일 도시 하나가 핵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완전히 소멸할 리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 문해력 부족" vs "창의적 정체성"
65개 추천을 받은 댓글은 아예 "이 커뮤니티 대부분이 미디어 문해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NCR은 캘리포니아 전체를 통제했다. 핵공격을 받은 건 도시 하나뿐이다. 그들이 사실상 멸종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반면 다른 팬들은 "폴아웃이 거의 20년 동안 창의적으로 정체되어 있다"며 더 큰 그림을 그렸다. "같은 팩션들이 같은 기술 악역과 싸우고, 같은 몬스터와 마주하고, 같은 허름한 판자촌에서 쓰레기 침대에서 자고 오줌을 마시는 모습만 반복되고 있다. 지겹다."
정치적 복잡성의 단순화
45개 추천을 받은 댓글은 드라마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다. "드라마는 시리즈가 유명해진 정치적 뉘앙스를 탐구하는 데 관심이 없거나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NCR을 핵으로 날려버리는 게 편했을 것이다. 더 개인주의적이고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를 하려고."
또 다른 댓글은 "27개 추천을 받으며 "드라마의 정치성이 웃기다. 직원들을 착취하는 거대 기업이 자본주의 탐욕을 조롱하는 쇼에 투자하고 있으니"라고 꼬집었다.
역사적 비유로 본 NCR 붕괴의 비현실성
51개 추천을 받은 긴 댓글은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NCR은 폴아웃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이다. 약 10개 주로 구성된 완전한 연방 공화국이며, 헌법과 인권,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니 아메리카나 다름없다."
"시저가 죽으면 리전은 내분으로 무너지지만, NCR은 로마가 갈리아족한테 함락당하거나 한니발이 20년간 이탈리아 반도를 유린했을 때도 버텨낸 것처럼 국가 시스템과 시민권, 조직화된 산업을 가지고 있다. 잘라낼 머리가 없다는 뜻이다."
결국 숙제를 안 한 제작진?
결국 팬들의 결론은 명확했다. 26개 추천을 받은 댓글이 요약했듯이 "베데스다는 마치 모든 게 예정된 일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드라마에서는 그 어떤 설명 노력도 하지 않았고, 게임 이벤트들을 완전히 무시했다. 게다가 지루하기까지 하다."
"팬들이 알고 사랑하는 모든 팩션들이 그냥 사라졌다고? 드라마 시작 전에 이유 없이 무너졌다고? 뭘 할 수 있겠어요, ㅋㅋ" 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폴아웃 팬들의 이런 격렬한 반응은 단순한 설정 논쟁을 넘어선다. 20년 넘게 사랑받아온 세계관이 각색 과정에서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지, 그리고 기존 팬층과 새로운 관객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마존의 폴아웃 드라마가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진정한 폴아웃다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갈리고 있는 셈이다.
Reddit 원문: https://reddit.com/r/Fallout/comments/1qb6den/why_do_people_act_like_the_state_of_the_ncr_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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