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데스다 게임에도 AI 바람이 불기 시작했나

<폴아웃 76>에서 AI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텍스트가 발견되면서 팬 커뮤니티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한 유저가 레딧 폴아웃 76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스카이라인 밸리의 래피던 캠프에 설치된 몇 개의 안내판이다. 버닝 스프링스 PTS(퍼블릭 테스트 서버)에서 이 안내판들이 새롭게 다시 작성된 것을 플레이어들이 발견했다. 그런데 이 새로운 텍스트들이 AI 언어모델로 생성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전문가가 본 AI 작성의 흔적들

이 문제를 제기한 유저는 업무상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식별하는 일을 한다고 밝혔다. 그가 지적한 의심스러운 부분들을 살펴보면:

• "외교적 유산을 더욱 깊게 만들며(further deepening its diplomatic legacy)" 같은 상징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명사구 남발
• "집의 색깔과 대통령직 역할을 모두 반영하며(reflecting both the home's color and its presidential role)" 같은 피상적 분석
• 원래 없던 텍스트가 갑자기 추가됨("오두막은 평화로운 대화와 대서양 연안 우정의 상징으로 서 있다")

위키피디아의 AI 작성 텍스트 식별 가이드라인과 비교해봐도 여러 의심스러운 징후들이 발견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개발진이 AI에 의존한 이유는?

이 유저는 개발진이 원래 안내판의 오타("Prime Minster" 등)를 발견하고 이를 AI에게 맡겨 수정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AI가 단순히 오타만 고치는 게 아니라 아예 텍스트를 전면 재작성해버린 것 같다는 분석이다.

특히 브라운 하우스 안내판의 경우 원래보다 텍스트 분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

이 소식에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쪽이다. 한 유저는 "실망스럽다. 폴아웃 5의 로어 노트들도 결국 AI 쓰레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출시 전에 늙어 죽을 것 같다는 점이다"라고 씁쓸하게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유저는 "AI와 그것이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정말 싫다. 사람들이 점점 바보가 되고 있고 AI는 그걸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거다. 처음엔 오타 수정, 그 다음엔 스토리 작성, 결국엔 이 게임을 지탱하는 스파게티 코드까지 AI로 다시 짜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베데스다는 AI 사용을 공개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일부 유저들은 스팀 페이지에서 AI 생성 콘텐츠 사용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했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이 정도로는 공개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AI를 사용하면서도 스팀 페이지에 명시하지 않는 게임들이 꽤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폴아웃의 매력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특히 폴아웃 시리즈의 오랜 팬들은 이번 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유저는 "폴아웃이나 스카이림의 로어 노트나 책들을 읽는 걸 항상 즐겼는데, 이제 그 중 일부가 영혼 없는 AI 쓰레기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나니 너무 슬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팬은 "AI가 곳곳에서 인간 작가들을 대체하고 있다는 게 역겹다. 레딧에서 봇과 대화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싫은데, 내가 사랑하는 게임 속 열정적인 작가들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니"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작은 시작이 큰 변화의 전조일까

비록 게임 내 안내판 텍스트라는 작은 부분이지만, 이번 일이 게임 업계에서 AI 활용이 확산되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베데스다나 래피던 캠프를 제작한 더블 일레븐이 AI 사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바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게임 내 작은 텍스트 하나지만, 이것이 앞으로 게임 업계 전반의 창작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미래의 폴아웃 게임들도 AI의 손길을 거치게 될까? 아니면 팬들의 반발에 개발사들이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원본 레딧 게시물: https://reddit.com/r/fo76/comments/1p9sue3/something_i_thought_was_interesting_there_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