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가 어쌔신 크리드를 만들려다 망한 게임, 15년 만에 재평가받다

EA가 어쌔신 크리드를 만들려다 망한 게임, 15년 만에 재평가받다

잊혀진 명작, 다시 조명받는 이유

지난 2월 17일, 레딧의 페이션트 게이머즈 커뮤니티에서 EA의 숨겨진 보석 같은 게임 <더 사보타지(The Saboteur)>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15년 전 출시되었던 이 게임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더 사보타지>는 2차 대전 시기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게임이다. 어쌔신 크리드와 GTA를 섞어놓은 듯한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의 동료가 나치에게 살해당하면서 시작되는 개인적인 복수극이 점차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게임플레이는 3인칭 슈터, 소셜 스텔스, 차량 운전을 결합한 형태다. 파쿠르 요소도 있지만 상당히 기본적인 수준이다. 총격전은 특별할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는 평범한 수준. 무기는 소음기 달린 권총과 저격총 조합이 가장 실용적이었다고 한다.

분위기만큼은 최고급

하지만 이 게임의 진정한 매력은 분위기에 있다. 유럽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억양, 음악, 그리고… 가슴이 게임을 진짜 유럽 배경으로 느끼게 만든다. 특히 점령 지역의 흑백 필터와 해방 지역의 풀컬러가 대비되는 시각적 연출은 압권이다. 에펠탑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미션은 색깔이 폭발하며 터져 나오는 장면 때문에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 유저는 "이 게임이 내 최애 게임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이유를 모르겠다. 음악, 해방된 프랑스의 컬러화, 사보타주 메커니즘… 모든 게 너무 만족스러웠다"며 83개의 추천을 받았다.

기술적 문제는 여전히 발목을 잡아

아쉽게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 변신하는 탱크,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치, 땅에 박힌 자동차, 빈번한 크래시 등 온갖 버그가 판을 친다. 1440p 해상도를 위해서도 별도로 설정 파일을 손봐야 하고, 스팀 도전과제도 지원하지 않는다.

한 유저는 "소들을 차로 들이받으면 스티로폼처럼 부서져서 기억에 남는다"며 웃픈 추억을 공유하기도 했다.

개발사 판데믹의 비극적 종말

<더 사보타지>를 개발한 호주의 판데믹 스튜디오는 게임 개발 막바지에 EA에 의해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게임의 마지막 부분이 급작스럽게 끝나고, 각종 버그가 수정되지 못한 채 출시된 것으로 보인다.

"훌륭한 호주 개발사였는데 EA가 문을 닫아버렸다. 개발 막바지에 폐쇄되면서 게임에 여러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래도 게임은 사랑한다"는 댓글이 59개의 추천을 받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대를 앞서간 성인 콘텐츠

재미있게도 당시 논란이 됐던 건 스트리퍼의 노출 장면이었다. 주인공의 본거지가 물랭루즈 같은 댄스홀이었는데, 별도 DLC 코드로 검열을 해제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유저는 "지금은 발더스 게이트 3에서 대놓고 성기를 다 보여주는데, 그때 그 정도로 논란이 됐다니 웃기다"며 시대 변화를 실감했다.

여전히 매력적인 숨은 보석

기술적 문제와 급작스러운 엔딩에도 불구하고, <더 사보타지>는 여전히 독특한 매력을 지닌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쌔신 크리드를 좋아하지 않는 유저도 7.5/10점을 줄 정도로 나름대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 EA가 어쌔신 크리드를 따라 만들려다가 중도에 포기한 이 게임이 오히려 독자적인 매력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대형 퍼블리셔의 성급한 판단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묻어버렸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원문 링크: https://reddit.com/r/patientgamers/comments/1r7ge1b/the_saboteur_when_ea_wanted_assassin_cr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