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헛것이 된 '둠: 다크 에이지' 패키지판... 디스크에는 '허상'만 담겼다

둠: 다크 에이지 패키지판, 디스크엔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실물 패키지를 구매했는데 게임이 들어있지 않다면? 최근 해외 게임 커뮤니티가 들썩이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달 출시된 인기 프랜차이즈의 신작 '둠: 다크 에이지'의 패키지 버전 디스크에 실제 게임 데이터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00GB 다운로드는 필수… 디스크는 장식품?
지난 10일(현지시간) 레딧 기술 커뮤니티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둠: 다크 에이지' 패키지 버전은 디스크에 단 85MB의 데이터만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게임 용량의 약 0.085%에 불과하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콘솔 사용자들도 약 100GB에 달하는 추가 다운로드가 필수적이다.
이 소식은 레딧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하루 만에 800개 이상의 추천과 1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디스크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유저들 사이에서는 디스크에 실제로 무엇이 담겨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오갔다. 한 레딧 이용자는 "디스크에 뭐가 들어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너나 xx해' 같은 문구가 100만 번 반복된 텍스트 파일 아닐까?"라는 농담 섞인 코멘트로 큰 공감을 얻었다.
다른 이용자들은 "라이선스 키와 시작 화면 몇 개, 아마도 영상과 음악 정도"라고 추측했지만, 한 유저는 "85MB라는 용량이 단순한 암호화 해시나 인증 정보치고는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패키지 게임의 의미 상실, 보존 문제 대두
이번 사태는 현대 게이밍 환경에서 물리적 미디어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안타깝게도 이제 모든 게임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언젠가 게임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패키지를 구매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라는 내용이었다.
AAA급 게임 개발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이용자는 업계 내부 사정을 설명했다. "많은 게임들이 디스크 인쇄 시점에는 최소한으로 작동하는 상태로만 완성되고, 실제로는 그 후 3개월 동안 게임을 마무리한다. 최종 아트와 음악, 버그 수정 등은 출시일 패치로 제공된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디스크가 사실상 DRM 동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에 절대 패키지 게임을 구매하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의 그림자… 중고 게임 시장 축소 의도?
이러한 추세는 게임 보존과 소유권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한 유저는 "서버가 불가피하게 종료된 후 게임 보존을 위한 불법 다운로드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이용자는 "결국 디스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디스크가 판매를 창출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라며, 물리적 미디어의 강제 중단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고 게임 시장과의 관계다. "그러면 게임을 재판매하거나 빌려줄 수 없게 된다"는 댓글은 이러한 변화가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의도적인 전략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용적인 이유로 패키지 구매하는 유저들
한편, 게임 보존 외에도 패키지를 구매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음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나는 보존도 중요하지만, 일부 유저들은 그저 최저 비용으로 새 게임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일 년에 몇 개의 AAA 타이틀만 플레이하는데, 디지털로 70달러를 지불하는 대신 패키지로 70달러를 내고 게임을 빨리 클리어하면 이베이를 통해 50~6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실용적 관점의 의견도 있었다.
이에 다른 이용자는 "바로 이런 시장을 없애려는 것"이라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둠: 다크 에이지의 이번 사태는 게임 산업이 점점 더 디지털화되면서 소비자의 소유권과 게임 보존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쟁점으로 남을 것임을 보여준다. 패키지 게임이 단순한 다운로드 권한 증명서로 전락해가는 현실에서, 게이머들의 실질적인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을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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