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인디게임계, AI 사용했다가 시상식서 '퇴출'당한 클레어 옵스큐어

발칵 뒤집힌 인디게임계, AI 사용했다가 시상식서 '퇴출'당한 클레어 옵스큐어

'잠깐만, 너네 AI 썼지?' 뒤늦게 밝혀진 진실

올해 최고의 인디게임으로 꼽히던 <클레어 옵스큐어: 익스페디션 33>이 12월 20일 인디게임어워드(IGA)에서 갑작스럽게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유는 바로 '생성형 AI 사용'. 더 충격적인 건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처음엔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는 사실이다.

인디게임어워드 측은 공식 발표에서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후보작 제출 당시 개발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동의했지만, 인디게임어워드 2025 시상식 당일 생성형 AI 사용을 확인함에 따라 <클레어 옵스큐어: 익스페디션 33>의 후보 자격이 박탈된다"고 밝혔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알려진 이야기였다

정작 더 기묘한 건 이 사실이 이미 몇 달 전부터 공개적으로 알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한 유저는 "정말 웃긴 게 이게 이제야 화제가 됐다는 거다. 몇 달 전에 이미 공개적으로 보도됐는데, 사람들이 그냥 사실이 아니길 바랐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7월, 트위터 유저가 게임 내 신문 텍스처가 명백한 AI 생성물이라는 걸 발견해 화제가 됐다. 이 텍스처는 빠르게 패치로 교체됐지만, 개발 과정에서 AI 생성 플레이스홀더를 광범위하게 사용했다가 하나가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나왔다.

한 유저는 "개발사가 이에 대해 거짓말한 게 정말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일부는 "언리얼 엔진 에셋 스토어에 AI 에셋이 포함되어 있어서, 샌드폴이 언리얼 스토어 에셋으로 게임을 만들다가 실수로 AI 에셋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변호하기도 했다.

플레이스홀더용 AI, 과연 문제없나?

가장 뜨거운 논쟁은 'AI를 플레이스홀더로만 사용하고 나중에 진짜 에셋으로 교체한다면 문제없지 않나?'라는 지점이다. 한 유저는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를 쓰고 나중에 진짜 에셋으로 바꾼다면 왜 누가 신경 쓰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반박도 만만치 않다. "플레이스홀더 에셋은 AI 이전부터 존재했다. 굳이 이 용도로 생성형 AI를 쓸 이유가 없다"는 의견과 함께, "플레이스홀더는 플레이스홀더처럼 보여야 한다. 분홍색으로 만들어라!"라는 조롱도 나왔다.

특히 "AI 플레이스홀더를 사용하면 놓치기 쉬워진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기존 플레이스홀더는 명백히 임시 에셋으로 보이지만, AI 생성 에셋은 그럴듯해 보여 최종 빌드에 섞여 들어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인디' 정의부터 애매한 상황

AI 논란과 별개로, <클레어 옵스큐어>가 애초에 '인디게임'인지부터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00만 달러 예산에 30명 팀, 업계 베테랑들이 만든 게임을 인디라고 부르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이는 작년 <데이브 더 다이버> 논란의 재연이다. 당시에도 대형 퍼블리셔 넥슨 산하 스튜디오가 만든 게임이 인디게임상을 휩쓸어 논란이 됐다. <데이브 더 다이버> 디렉터조차 "우리 게임은 인디게임이 아니다"라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현재 업계에서는 보통 200만 달러 이하 예산이나 완전 자체/크라우드 펀딩을 인디의 기준으로 본다. 반면 인디게임어워드는 "AAA/AA 퍼블리셔나 대기업의 소유나 재정 통제를 받지 않는 개발사"를 인디로 정의한다.

이중잣대 논란도 가세

더욱 복잡한 건 유사한 사례들에 대한 이중잣대 논란이다. 최근 <디 알터스>도 비슷한 AI 플레이스홀더 사용으로 큰 비판을 받았지만, <클레어 옵스큐어>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한 유저는 "만약 유비소프트 게임이었다면 사람들이 악마화했을 것"이라며 "<익스페디션 33>을 좋아하니까 '별일 아니다'라고 정신적 체조를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달에만 해도 넥슨, 유비소프트, 베데스다, 라리안, 코지마 등 여러 개발사들이 AI 사용에 대해 언급하며 업계 전반의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유비소프트의 <아노 117>도 AI 생성 플레이스홀더가 그대로 출시돼 뒤늦게 패치한 사례가 있었다.

결국 '거짓말'이 문제였다

<클레어 옵스큐어>의 가장 큰 문제는 AI 사용 자체보다는 '거짓말'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처음부터 플레이스홀더용 AI 사용을 공개했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유저는 "그들이 자격 박탈당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AI를 써서가 아니라, 인디게임어워드에 제출할 때 개발 과정에서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이번 사건은 게임 업계의 AI 사용이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됐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문제는 투명성과 정직성이다. 업계가 AI를 적극 도입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신뢰 구축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 링크: https://reddit.com/r/Games/comments/1prmb8w/indie_game_awards_disqualifies_clair_obsc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