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4, 알고보니 추억 보정이었나? 재플레이한 유저가 발칵 뒤집어진 이유

어쌔신 크리드 4, 알고보니 추억 보정이었나? 재플레이한 유저가 발칵 뒤집어진 이유

해적의 로망, 시간이 지나도 여전할까?

지난 11월 9일, 레딧 어쌔신 크리드 커뮤니티에 흥미로운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유저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하다가 4편 '블랙 플래그'를 재경험한 후 남긴 솔직한 후기였다. 그런데 그 내용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예전엔 정말 사랑했던 게임인데, 다시 해보니… 오프"라며 시작한 이 게시물은 350개가 넘는 댓글과 811개의 추천을 받으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해전은 여전히 최고, 하지만 나머지는…

작성자는 "해전 시스템은 여전히 환상적이지만, 나머지는 정말 실망스럽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게임의 90%가 "누군가를 지겹도록 미행하는"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한 유저는 "미행 미션들이 정말 지루하고 그 이상이다. 이 부분은 정당하게 비판받을 만하다"고 동조했다. 또 다른 유저는 "미행 부분은 보통 미션의 20% 정도였고, 나머지는 꽤 다양했다"며 변호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켄웨이, 진짜 어쌔신이 아니었다?

작성자가 가장 실망한 부분은 주인공 에드워드 켄웨이의 캐릭터였다. "부자가 되어 편안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게 게임 끝까지 그의 유일한 동기다. 주변 사람들이 파리 떼처럼 죽어나가도 여전히 '내 돈'만 생각한다"며 혹평했다.

특히 "에드워드는 진짜 어쌔신도 아니다. 그냥 옷을 훔쳐 입고 템플러들에게서 히든 블레이드를 받은 것뿐"이라며, 최근작 에이보르나 카산드라가 어쌔신이 아니라고 비판받는 것이 웃기다고 지적했다.

팬들의 강력한 반박: "가장 인간적인 주인공"

하지만 이런 비판에 대해 팬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129개 추천을 받은 댓글에서는 "에드워드는 실제로 가장 공감할 수 있고 잘 쓰여진 주인공이다"라며 반박했다.

"그의 동기는 편한 삶을 위한 부가 아니라, 아내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한 것이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캐롤라인에게 자신이 합당한 남자라는 걸 증명하려 했던 거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더 깊은 해석을 제시했다.

또한 "그가 어쌔신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그의 성장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아버지 때문도, 적이 자신을 죽이려 해서도, 영혼이 시켜서도 아닌,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어쌔신의 신조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의견도 큰 지지를 받았다.

캐릭터들의 매력이 진짜 핵심

509개 추천을 받은 댓글에서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에드워드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블랙 플래그의 매력이다. 강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 간의 상호작용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검은수염, 보네, 아데왈레, 키드 등… 이전이나 이후 어떤 어쌔신 크리드도 이렇게 일관성 있게 캐릭터를 그려내지 못했다"며 블랙 플래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강조했다.

한 유저는 "게임들이 너무 자주 '밑바닥에서 성공까지'의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블랙 플래그는 이미 확립된 캐릭터들이 나오는 TV 시리즈 몇 편을 보는 것 같았다. 신참이 아닌, 모두가 전성기에 있는 상태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픈월드의 딜레마

31개 추천을 받은 한 댓글에서는 게임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블랙 플래그는 오픈월드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손상된 게임이다. 스토리의 미묘한 성장 요소들을 심어놔도, 플레이어가 5시간 동안 바다를 항해하고 아무거나 파괴하며 놀다 보면 그런 걸 기억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부분의 어쌔신 크리드 게임, 나아가 대부분의 오픈월드 게임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리즈 변화의 결정적 계기

231개 추천을 받은 댓글에서는 "블랙 플래그를 사람들이 그렇게 사랑한 게 시리즈가 크게 방향을 바꾼 이유인데, 아무도 그 연결고리를 보지 못한다"며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른 유저는 이에 반박하며 "시리즈가 바뀐 건 블랙 플래그 때문이 아니라 위처 3, 다크 소울 같은 게임들 때문이다. 유니티가 망하고 신디케이트가 기대만큼 팔리지 않자, 위처 3를 참고해서 오리진으로 RPG 중심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사랑받는 명작

비판적인 의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팬들이 블랙 플래그를 시리즈 최고작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 게임의 분위기는 최고다. 카리브해, 햇살, 모래, 바다, 야자수. 무인도에서 사운드트랙을 들으며 바라본 풍경이나, 석양 속으로 항해하며 선원들이 'Leave Her Johnny'를 부르는 순간들"이라며 게임의 매력을 설파하는 댓글들도 많았다.

한 유저는 "해적이 해적처럼 행동한다고 화를 내는 거냐?"라며 웃으면서 반박하기도 했다.

추억은 때로 잔인하다

결국 이번 논쟁은 게임에 대한 추억과 현재의 기준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10년도 더 된 게임을 다시 플레이할 때 느끼는 이질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팬들이 블랙 플래그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면, 이 게임이 가진 독특한 매력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게시물 작성자도 자신의 글이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건전한 토론을 유지해줘서 고맙다. 어떤 의견이든 어쌔신 크리드는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시리즈이고, 부정적이거나 무례하지 않게 토론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감사를 표했다.

과연 어쌔신 크리드 블랙 플래그는 추억 보정인가, 아니면 여전히 유효한 명작인가? 답은 아마 플레이어마다 다를 것이다.

원문: https://reddit.com/r/assassinscreed/comments/1osdzsk/assassins_creed_4_is_not_how_i_remembe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