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느라 지쳤다' 아케인 팬들의 '제이빅' 논쟁, 결국 팬덤 분열로

'눈치 보느라 지쳤다' 아케인 팬들의 '제이빅' 논쟁, 결국 팬덤 분열로
넷플릭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 팬덤 내에서 '제이빅'(제이스와 빅터의 관계)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 논쟁은 단순한 캐릭터 해석을 넘어 팬덤 문화와 다양성에 대한 더 넓은 담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레딧의 한 사용자가 "아케인 메인 서브레딧에서 제이빅이 언급될 때마다 정말 싫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며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해당 게시글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165개의 추천과 91개의 댓글을 받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공식' vs '팬 해석'의 대립
게시글 작성자는 "제이빅 커플링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 캐릭터 관계가 얼마나 많은 적대감을 받는지가 지치기 때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제이빅이 비-쉽 프렌들리(ship-friendly) 공간에서 언급될 때마다, 수많은 '듀드브로'(뼛속까지 남성성을 강조하는 남성들)들이 그들은 공식 커플이 아니며, 라이엇은 그들을 '형제'로 설정했고, 제이스는 이미 확립된 관계가 있는데 빅터와 엮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상기시키는 것이 지겹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캐논(canon, 공식 설정)'과 '팬덤 해석'의 충돌로 볼 수 있다. 많은 팬들은 시리즈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관계만 '유효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해석을 즐기는 팬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인기 높은 제이빅의 현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제이빅'은 실제로 AO3(Archive of Our Own)에서 1만 6천 개 이상의 팬픽션으로 아케인 시리즈 내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커플링이라는 사실이다. 한 댓글러는 "제이빅이 정말 케미가 없다면, 아무도 그들에 대해 글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성 커플링에 대한 반응
많은 댓글러들은 제이빅 페어링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종종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동성애 혐오에 기반한다고 주장한다. "빅터가 스카이를 좋아했기 때문에 제이스에게 게이가 될 수 없다"라는 논리를 비판하며, 한 사용자는 "빅터와 스카이 사이에 로맨틱한 것을 보면서 빅터와 제이스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다음 레벨의 망상"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제이스와 멜의 관계에 대한 해석도 논쟁거리다. 일부 팬들은 그들이 "진지한 관계"였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들은 한 번 잤고, 제이스가 멜에게 한 번 자신을 열었을 뿐"이라며 "그것이 그들을 갑자기 헌신적인 관계나 사랑에 빠진 사이로 만드는 방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한 사용자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육체적으로 친밀해지면 당연히 서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성애 중심적 시각을 지적하기도 했다.
팬픽션 문화와 자유로운 해석의 중요성
게시글 작성자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특정 쉽/헤드캐논/AU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괜찮다. 아무도 당신에게 그것들과 상호작용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이론적 온라인 샌드박스에서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재미있게 노는 팬들일 뿐"이라며 팬픽션 문화의 본질을 강조했다.
이는 결국 미디어를 소비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존중으로 귀결된다. "모든 사람이 인형을 같은 방식으로 가지고 놀지는 않는다. 한 남자는 인형들이 키스하고 결혼하게 만들 수 있고, 옆에 있는 여자는 인형들이 서로에게 전쟁을 선포하게 만들 수 있다. 둘 다 틀리지 않았고, 둘 다 다른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게임을 바꿀 필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팬덤 속 통제와 관용의 문제
많은 댓글러들은 이 논쟁의 핵심이 '캐논'이 아니라 '통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 사용자는 "대부분의 경우 '캐논'에 관한 것이 아니다. 통제에 관한 것이다. '당신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당신이 그런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에 가깝다"고 날카롭게 분석했다.
결국 이 논쟁은 단순한 캐릭터 관계 해석을 넘어 팬덤 문화 내에서의 관용과 다양성에 대한 더 큰 질문을 던진다. 어떤 해석이 '옳은지' 보다는, 다양한 해석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담론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하는 한, 재미있게 노는 데 잘못된 방법은 없다"라는 게시글 작성자의 말은 팬덤 문화의 본질을 잘 요약하고 있다. 물론,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지만, 이러한 대화가 더 포용적인 팬 커뮤니티로 이어질 수 있기를 많은 팬들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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